세상의 진짜 시은이들에게

📍 한국어 해석본을 추가하였습니다.

This post is the Korean interpretation of “Weak Hero isn’t just an action drama; It’s a cautionary tale” and for those who would like to read the English version, please click on “Weak Hero isn’t just an action drama; It’s a cautionary tale”

이 작품은 탁월함과 붕괴 사이의 경계선을 걷는 수천 명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한영웅은 저에게는 단순한 액션드라마가 아니었어요. 이것은 경고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귀 기울여 달라는 외침입니다 – 나의 소중한 구독자 일레인으로부터

⚠️ 경고: 이 포스트는 청소년 심리와 정신건강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리거 요소가 있을 수 있으므로 부담스럽다면 뒤로가기 혹은 창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 개인적 해석 고지: 이 포스트의 모든 내용은 팬의 개인적인 해석과 추측에 기반한 것입니다. 제작진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도에 대해 기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작품을 사랑하는 팬의 관점에서 작성된 교육과 토론 목적의 글입니다.

📢 공정 이용 고지: 이 포스트는 교육적 분석, 비평, 해설 목적으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약한영웅” (© Wavve/Netflix)의 저작권 자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든 권리는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약한영웅에 빠지고 점점 사라진 번아웃

3주 전쯤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에게 장난스럽게 남긴 메시지인데,

항상 댓글 달아줘서 고마워! 수호 식대로 말하면, 우리의 토론들이 딱히 밥벌이가 되는 건 아니지만 LOL 한 달째 거의 미친 사람이 할 법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어. 그냥 바보같이 로맨틱한 거지, 성제 말대로… 어쨌든 겨울엔 정신병원에서 퇴원할 줄 알았는데, 어떤 구독자가 벌써 3년째 이 드라마에 인질로 잡혀있다고 하더라고 LOL 이 드라마 때문에 완전히 정신 나간 게 지구상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줘서 고마워 LOL 우리 다 같이 정신병원에 있는 거야 베스티!

당시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내심 걱정이 들긴 했습니다. – TV 쇼에 과한 시간을 쏟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퇴근길 기차에서 잠깐이라도 숨 돌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팬들과 이 드라마에 대해 깊은 담론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청소년 심리 상담가 친구가 약한 영웅 클래스 1이 3년 전 개봉했을 때 시청을 권유하긴 했지만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청소년 액션이라니… 별로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넷플릭스가 시즌 2를 내보내면서 유튜브 피드에 팬 크리에이션 쇼츠나 이전에 업로드되었던 드라마 리뷰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 자본력이 이런 건가? 물량 공세에 드디어 시즌 1을 클릭하게 됐고, 이 단순한 ‘사고’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밤을 새워 8회를 몰아서 보았고, ‘지금 내가 본 게 뭘까…? 제대로 걸렸는데?’

이 즈음 업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대책도 없으면서 ‘차라리 잘리는 게 낫지 않나’ 매일 사직서를 던지는 상상을 하며 출근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약한 영웅에 이른바 ‘덕통사고’ 라는 걸 당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사고를 당하면 나만큼 사고로 인해 일상이 붕괴된 다른 피해자는 없나 필사적으로 둘러보기 마련인데, 유튜브 채널이 제격이었습니다.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이 드라마에 스스로 인질로 잡혀 있는 팬들과 코멘트를 나누고, 시은이의 눈으로 수호를 바라보고, ‘시네마틱 트라우마’를 남긴 ‘링’ 위에서의 범석이를 더 이해해보고자 무려 공식 대본집을 사서 퇴근길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연출에서 그려낸 행간의 의미를 팬들과 토론 하다 보니 – 신기하게도 번아웃이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퇴근길엔 항상 기차에서 졸곤 했는데, 태블릿을 꺼내 영상을 만들고 코멘터들과 댓글을 주거니 받거니 할 땐 이상하게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쏟는 열정이 수상한 기쁨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수호 식대로라면 ‘토론이 밥 먹여주냐?’ 이고 성제 식대로라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로맨틱한’ 짓거리인데, 밥은 먹여주지 않지만 ‘낭만은 합격’ 한 것 같습니다.

약한영웅 신드롬을 앓다

클래스 2를 시은, 수호 그리고 범석이 만난 5월 말에서 6월 초 즈음 개봉한 것도 제작팀의 의도일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클래스 1 타임라인상 수호가 코마에 빠지는 7월 중순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맞춰 이 수작에 대해 팬들과 나눴던 깊은 담론들, 감상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무려 ‘3년째’ 놓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해온 병동의 (?) 무수한 환자들처럼 저도 퇴원하지 못할 것 같아 부단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 우연찮게 덕통사고를 당한 이후, 그러니까 무방비에 걸려버린 초여름 감기 같은… 열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싫지 않은 손님이었어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로맨틱했던 두 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해 다각도로 해석하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내가 보지 못하는 앵글을 코멘터들의 눈으로 재해석해보며, 이 수작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온라인 어딘가에는 풀어놓고 싶었고 이제는 코멘터들과 나눈 담론들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습니다. 거의 일상을 파괴하러 온 구원자급으로 아주 오랜만에 저에게 찾아온 작품에 보내는 한 개인 팬의 헌사를 어딘가에는 남겨두고 싶다는 혼자만의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약한영웅에 보내는 구식 헌사가 불러온 기적

함께 채널을 만들어준 열정적 코멘터들, 특히 ‘일레인’이 최근 남긴 긴 코멘트의 마지막 구절처럼 초여름의 감기처럼 찾아왔던 이 신드롬이 ‘이상하게도’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고, 약한 영웅으로 인해 어쩌면 정신적으로 약간의 신드롬을 경험했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일레인이 남긴 감동적인 코멘트, 특히 마지막 줄은 오랫동안 마음 안에 어떤 실날 같은 끈으로 매달려 있을 것 같아요. 시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제가 결국에 닿은 결론이 그녀를 이상하지만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했을 때,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일레인은 저보다 훨씬 오래전 이 작품을 만났을 것이며, 오랜 시간 감상을 정리해왔을 것이고, 기회가 되는 한 깊은 담론에 참여해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그녀는 제 유튜브 채널을 챗지피티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일레인이 남겨주는 거의 비평 수준에 가까운 코멘트나 때로는 간결하고 핵심적인 단어로만 이뤄진 표현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저에게는 ‘시’처럼 느껴지는 깊이가 남다른 코멘트를 읽을 때면,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묻지 않고 앞으로도 물을 의사는 없지만) 아시아 미디어 산업이나 혹은 좀 더 세부적으로 한류에 대해 학문적인 연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느껴집니다. 그녀가 남기는 코멘트 깊이를 보면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걸 눈치채게 됩니다.

그녀에게 보낸 답장에 밝힌 감사함이지만… 유튜브 피드에 올라오는 약한 영웅 콘텐츠들에 비해 제가 올리는 음성 위주의 분석은 상대적으로 ‘구식’에 가깝고, 빠르게 흘러가는 쇼츠 세상에서 롱폼 콘텐츠를 인내심 있게 ‘참아줄’ 뷰어도 많지 않을 테니 어쩌면, 성제 식대로 바보스러울 정도로 로맨틱한 채널을 만들어버린 게 맞을 것 같아요. (아무튼 낭만만 합격하면 되니까!)

한편으로, 모국어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영어로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이 시간에 준하는 수익을 원했다면, 좀 더 ‘덜’ ‘낭만적인’ 방법 그러니까 클릭베이트 썸네일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액션 씬에 집중한 쇼츠를 제작하는 게 빠를 거예요.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판단하려는 건 결코 아니지만, 꽤 많은 콘텐츠들이 약한 영웅 이미지나 영상을 자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의 경우 AI를 사용하여 영상을 매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로 가공하였는데, 심지어 제목조차 ‘AI ruined’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 작품을 진정으로 아끼는 팬이라면 결코 만들기 어려운 수준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용돈은 직장에서 벌면 되니 저는 ‘구식’의 ‘헌사’에 가까운 바보같은 로맨틱한 방법으로 혼잣말을 지껄이는 방식대로 하려고요. (결과적으로 번아웃이 완화되었으니 정말 낭만 합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이런 구식 헌사에 저만큼 구식의 헌사를 남겨주는 코멘터들이 채널을 발견하고 시간을 쏟아주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업무 번아웃에 대한 제 대처 메커니즘으로 ‘이상하게’, ‘행복하게’ 앓았던 열감이 거의 두 달간 이어오며, 캐릭터에 대한 깊은 분석 그리고 문화적인 미스리딩을 피하기 위해 번역이 의도적으로 빼둔 결과로서의 의역이나 (수호의 말장난이 가장 많은 의역을 거쳤다고 개인적으로는 보았어요..) 혹은 난생처음 들어본 플랫폼에 인스턴트 식으로 빠르게 구워진 조악한 번역을 통해 놓쳤던 맥락들을 해외 팬들이 캐치하기 시작하며, 코멘트를 통해 서로 나누는 감상의 폭이 깊어져만 갔습니다.

약한영웅이 진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


다소 무거운 주제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루해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거나 혹은 외면하고 싶거나 시간을 쏟을 만큼 실용적인 보상이 없거나 하는 이유로 터치하지 않는 멘탈 이슈에 대해 말하고 싶어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습니다.

물론, 작품은 범상치 않은 기질과 매우 무거운 서사를 가지거나 시네마틱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나이에 비해 큰 시련을 겪어야 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소년 캐릭터들을 다루는 데 있어 일종의 쿠션 – 중화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기에, 박지훈 배우가 가진 아름다운 얼굴, 당시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던 청순한 최현욱이라는 배우의 얼굴을 빌려 왔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급적이면 터치하지 않으려고 하는 – 특히 한국 사회에서 더욱 외면하는 – 주제, 넓게는 사회적 아픔을 드러내기 위해 감독님께서 큰 용기를 내셨다고 저는 짐작했습니다. 격렬한 성장통이 선행되었지만 끝내는 시은이 어른의 문턱에 서게 되었을 때, 맞춰 깨어난 수호의 인사말 ‘보기 좋네’처럼… 어쨌든 우리는 아픔 속에서도 치유와 지속이 가능하다는 작은 희망을 시은이로 하여금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니셨을까, 싶어요.

유수민, 한준희 두 감독님 모두 사회의 아픔을 건드리지 않고는 진실을 수면 위로 올릴 수 없음을 아는 예술가들이며, 탁월한 연출과 그에 못지않은 잘 다듬어진 – 팬덤 사이에서는 천재적이라고까지 언급될 정도로 – 각본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수려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시은이 같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싶은 것보다 더 많이요. 단지 그들 대부분은 시은이보다 더 조용하고, 더 숨겨진 방식으로 무너집니다. 약한 영웅 클래스에서… 시은이를 빌려 그려진 모습은 사실상 정확합니다. 감독님과 제작진은 나름의 조사를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레인으로부터)

약한영웅 주인공 연시은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기

이 드라마를 일찍이 추천한 청소년 심리상담가 친구든, 열정적인 코멘터들, 저, 우리 중 누구도 시은이에게 어떠한 진단적 라벨을 붙이거나 소년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특정하려는 의사는 없습니다. 이 작품은 시은이에게 영향을 주었거나, 혹은 줄 수 있는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 대한 많은 힌트를 주었으나, 소년에게 특정한 라벨을 통해 상자 안에 넣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연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팬들은 그저 추측하고 여러 각도에서 시은이의 멘털에 대해 ‘다뤄보는’ 것뿐이며, 굳이 ‘정의’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제가 본 자막에서는 (어린 시은이가 부모의 싸움을 엿듣는 그 장면에서) 부모가 명백히 시은을 낳았어야 했는지에 대해 다투고 있었고, 둘 다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게 분명했어요. 시은이는 팔이 부러진 상태였죠. 아빠가 엄마에게 그때 어디 있었냐고 묻자, 엄마는 함께 키우기로 해서 낳기로 한 거라고 받아쳤어요. 그리고 아빠는 아이가 이렇게 자주 다칠 줄 몰랐다고 했어요. 어린 시은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존재이며 (실망스럽고 불편한 문제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 거예요. 그래서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수학을 해요. 이것이 부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처하는 방식이 된 거죠. 학업에만 집중함으로써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차단해버려요.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그렇게 해왔어요. 이것은 완전히 대처 메커니즘이에요. 이렇게 하면 아무도,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 없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마 부모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일레인으로부터)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린 시은이 세상에서 과도한 자극을 받아 기능을 멈추게 된다는 것도 암시되는 것 같아요. 기절하고 넘어지고, 골격이 작고 허약해서 다치게 되는 거죠. 괴롭힘을 당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빠를 기쁘게 하려고 운동을 하려 했지만 그 나이에는 협응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의료진이 아이에게 신경다양성이 있고 자폐 스펙트럼 어딘가에 속한다고 판단했을지 여부예요. 자신을 고립시키고, 소통하지 않고, 한 가지에만 인생을 집중하고, 외부 자극이나 내적인 감정의 홍수에 압도당하는… 이런 것들은 분명히 소년이 자폐 스펙트럼의 고기능 쪽에 있다는 징후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부모를 차단하기 위한 대처 메커니즘만은 아닐 수도 있어요. 드라마에서는 논의되지 않지만 그가 어느 정도 신경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암시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진단받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부모가 눈치챘다면, 성취 지향적이고 높은 기대를 가진 그의 부모에게 실망감, 부인, 그리고 아마도 두려움에 빠뜨렸을 거예요. 그리고 확실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게 했을 거고요. (일레인으로부터)

일레인뿐만 아니라 많은 코멘터들이 시은이 수학 문제에 집착적으로 몰두하는 것이 ‘예측 가능한 통제를 통한 위안의 원천, 그리고 불안정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아이가 찾은 대처 메커니즘이란 점을 꾸준히 언급해왔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은이 부모의 싸움 –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간접적이지만 명확한 후회를 엿들었을 때, 아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침대에 누워 펑펑 우는 대신 수학 문제를 집착적으로 풀기 시작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점은 여러 코멘트들에서 언급되는 시은이의 특성이었습니다. 학업에 대해 강박적이고 집착적으로 강렬히 집중하는 것,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 그가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고립하거나 고립되는 방식, 수호에게는 ‘누가 말 걸면 귀찮을 것 같아서’라고 말하지만 소음에 민감하여 하루종일 착용하고 있었을 것이 어느 정도 분명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특히 분노가 쌓일 때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이 방해받을 때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 – 이런 양식들이 그가 비교적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처리함을 암시한다고 자주 지적되어왔던 시은이의 특성이며 저 역시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약한영웅 원작에서도 시은이의 어린시절을 다뤘을까

일레인의 메시지처럼 ‘약한 영웅’은 ‘It’s a cautionary tale’ 이라는 정의에 전적으로 마음이 끄덕여진 바는, 이 드라마가 방대한 웹툰의 내용을 겨우 8부작이라는 챕터에 요약해야 하는, 그러니까 OTT 플랫폼의 구조에 극을 끼워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과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클래스 1의 모든 장면, 어쩌면 1초 컷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띨 수밖에 없었다는 관점에서 보면, 각본을 책임진 감독님께 원작의 내용 중 매우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큐레이션을 해야만 한다는 의무가 뒤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창작자에게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극의 어떤 장면도 낭비될 수 없었고 모든 연출, 시퀀스, 장면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됐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 작품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가장 찬사를 보내고 싶은 부분은 소년들이 겪는 서로에 대한 격렬한 감정을 어른들의 ‘지루한’ 언어로 섣불리 정의내리려고 하지 않았던 조심스럽고도 세련된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세상에 존재하는 특정 단어로 정의내리기까지 유수민 감독님의 말을 빌자면 ‘충분한 시간’ 즉, 3년 후에 시은의 감정은 ‘첫사랑’이라고 언급했는데, 시은이 수호로부터 받은 쓰나미 같은 여러 감정들 – 경외, 애착, 안정, 웃음.. 그리고 우정과 사랑을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언어로만 정의내려야 한다면 플라토닉한 ‘첫사랑’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소년들의 감정선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따라가도록 그저 내버려둔 연출의 탁월함 말입니다. (심지어는 그 ‘링’ 위에서의 범석이의 마지막 ‘킥’도 가치 판단을 미뤄두고 그저 범석이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느끼게끔 버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직 원작을 읽지 않아 잘 모르기에) 원작에서도 시은이의 어린 시절의 서사가 이토록 노골적인 내러티브로 다뤄졌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은이의 부모가 방 안에서 아이가 엿들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가며 양육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말싸움을 – 심지어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하며 – 스치는 장면도 아닌 하나의 시퀀스로 보여줍니다. (수호 대신 일진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받아내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은이 병상에서도 여전히 수학 문제를 풀면서 회상하는 시퀀스입니다..)

물론, 열성적인 코멘터들과 제 개인적인 해석일 뿐이지만, 소년의 신경다양성 이슈나 일레인과 다른 구독자들이 종종 짚어냈던 자폐 스펙트럼 어딘가에 속할지 모르는 시은이의 멘탈 이슈에 대한 어떠한 암시는 부자의 대화뿐만 아니라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를 그린 연출에서도 우회적으로 때때로 매우 노골적으로 묻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상처를 달고 귀가한 시은에게 아버지가 묻습니다:

“너 또 어디서 쓰러진 건 아니지?”

“저 이제 안 그래요”

기본적으로 연시은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별한 ‘또라이 기질’ 그리고 유도 은메달리스트였던 운동선수 아버지와 수학 교육자인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을 일반적인 지능 이상의 높은 ‘아이큐’를 가진 범상치 않은 캐릭터란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시은과 범석의 유사점을 잇기 위해 깊고 어두운 서사를 담아야 하는 필요성에서의 드라마적 연출 장치이지만, 개인적 렌즈로 보자면 시은이로 대변되는 십 대 청소년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이 드라마는 연출적으로 충분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약한영웅 시은이의 분노와 결핍에 대하여

드라마를 처음 볼 때는 사랑스러운 사슴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한 조용한 소년이 갑자기 앞발을 드러내는 액션 씬에서 아드레날린을 느끼며 흥분하면서 즐기게 됩니다. (어느 코멘터가 이 지점까지는 수호도 끝자리에 앉아 상황을 ‘enjoy’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물론입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왜 이렇게 극도로 분노하는가? 왜 제어하지 못하는가? 명문대에 가는 게 목표가 아니었나?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오점이 남을지도 모르는데 왜 내일은 없는 것처럼 폭발하는가? 시은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라는 꽤 의미 있는 질문에 순차적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이 드라마에 3년 전부터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코멘터들은 나름의 답을 착실하게 제공해주었습니다.


일례로 일진인 영빈은 그의 말대로 그의 어머니를 위해 또 사회적으로 인정이 필요하기도 하며,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학업을 신경 쓰며 실제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합니다. (클럽에서 다른 친구들이 마약을 탐닉하는 동안 그는 실제로 모의고사를 준비하러 자리를 뜹니다..)

그런데 시은이 학업을 대하는 태도는 영빈과는 사뭇 다릅니다. 언뜻 보면 전교 1등 타이틀을 쥔 완벽한 모범생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시은의 학업은 영빈만큼 뚜렷한 목적들은 없어 보입니다. 그가 명문대에 가야 하거나 뛰어난 학업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로부터 당연하게 기대되어져 왔던 관성이었을 것이며, 높은 지능을 가진 아이가 커리어로 인해 바쁜 부모로부터 자신의 존재와 자신에 대한 인정을 유지시키기 위해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었던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그 정도 아이큐를 지닌 소년이 탁월한 성적을 유지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거고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은에게서는 부모의 관성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함과 같은 수동적인 목적을 제외하면, 그를 이루는 세상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소년이 시험지 위의 ‘완벽한 동그라미’에 집착하는 것은 맞지만 그 완벽한 성적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거나 짜릿한 성취감을 쌓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한 코멘터가 지적했던 것처럼 일찍이 시은은 부모로부터 받았어야 할 충분한 관심을 언젠가는 받으리란 기대도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충분한 수면이나 제대로 된 식사 등 기본적인 일상의 요소를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은의 ‘어떠한 결핍’이 이미 외부로부터 꽤 오랜 시간 소년에게 심상치 않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음을 알 수 있으며, 아마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청소년기에 가장 오랜 시간 생활하는 사회이자 세상인 학교에서는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않고, 그 누구와도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전교 1등은 원래 다 이런 거야?’라며 치부하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유일한 학창시절 목적으로 학업이 전부인 전교 1등의 유난한 특징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점일까요..

약한영웅 시은이를 통해 보여지는 수천명의 아이들

시은이를 통해 학창시절이 상기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전교에서 성적이 날아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보였던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쟁 심리, 좁은 인간관계, 심지어 점심을 먹으면서도 놓지 않았던 영어 단어장, 그리고 문제집에 거의 코를 박고 있던… 전적으로 학업에만 몰두했던 몇몇 친구들의 잔상이 자연스럽게 시은과 오버랩되었습니다. 학업 성적이 손에 꼽히는 친구였다면, ‘수재’ 내지 ‘천재’로 칭찬받으며 매끄럽게 학창시절을 매듭짓고 대부분 사회적으로도 알아주는 커리어 패스를 걷고 있을 테지만, 그중 한 친구의 잔상이 유독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우리가 학교 행사로 인해 같은 방을 배정받지 않았더라면 결코 나누지 않았을 대화였지만, 현재까지도 기억 속에 어떠한 슬픔으로 남아있는데…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세상에서 ‘체크아웃’할 수 있을까 자주 떠올린다는 혼잣말 같은 고백이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하루종일 교탁 바로 앞자리에 앉아 책상에 코를 박고 있었는데, 시은이처럼 항상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시은이와는 달리 정말 그 친구의 바람대로 그 누구도 그녀의 학업을 방해하는 무리들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포스트를 쓰고 싶다는 의욕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일레인이 남겨준 아래 문장 덕분입니다.

한국 로컬이기 때문에 수많은 K콘텐츠를 홍수처럼 접하지만 약한 영웅처럼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조만간 다시 만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한 발 더 나아가 이 작품에 대한 마지막 감상을 ‘이 주제’로 마무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레인과 저는 ‘시은과 같은 아이들이 현실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나눴고, 여러 리서치를 통해 저희는 ‘시은이보다 더 조용하고 더 숨겨진 방식으로 무너지는 아이들이 많다’라는 결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약한영웅 시은이의 자해에 대하여

옛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극 이야기로 돌아와서, 시은이의 자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합니다.

시은이 정상적인 식사, 수면이 엉망이라는 점이 빈번하게 코멘트에서 언급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소년이 그 나이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교라는 사회에서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 쓰였습니다.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않고, 하루 종일 이어폰을 끼고 있으며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단 1분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은 공부벌레의 유난처럼 취급될 수도 있겠으나,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위축된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거나 혹은 감정 과부하를 겪고 싶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절에 대한 아버지와의 대화를 미루어 짐작해보았을 때, 그의 잦은 기절의 원인은 감정 과부하일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시은이 내재된 분노를 지니고 있으며, 그 분노의 트리거가 본인이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규칙과 완벽함 그리고 애착 대상에 문제가 생길 때 통제 불가능하며 시은 본인에게 가장 해로운 ‘자해’ 수준으로 치닫는다는 점입니다. 흥미롭게도 극에서는 시은이의 분노를 전혀 영웅적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싸울 때 감정을 거의 완벽히 통제하는 수호의 액션을 그릴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제로 영빈의 얼굴을 박살낼 때도 거의 코너에 몰린 짐승처럼 반격했고, 적시에 수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시은 스스로 그 반격을 통제할 이성이란 없었으므로 아마 시은은 끝까지 갔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빈이야말로 코마 상태에 빠졌을 수 있습니다..) 괴롭힘에 대한 정당방위로서 어느 정도의 폭력을 사용한 저항은 필요했지만, 당장 퇴학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수준이었고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시은에게는 시험지의 완벽한 동그라미 행렬이 혼란스럽기만 하거나 컨트롤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본인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게 하는 유일한 방어기제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진 무리가 그 동그라미를 깨트리는 데 기어코 성공했을 때 짐승처럼 날뛰게 된 것은 강박적으로 몰입하는 공부를 통해 간신히 확보되는 통제감, 즉 일종의 생명줄을 확보하는 시은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폭발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코멘터들이 언급한 것처럼 클래스 1은 완벽한 평행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1화에서 날뛰던 시은은 자신의 또 다른 감정적 생명줄이나 다름없던 수호를 잃고 거의 미쳐버리게 됩니다.

약한영웅 1화와 8화의 대칭구조

아래는 이 드라마의 훌륭한 대칭구조 중 1화의 시은이의 폭발과 8화의 폭발이 이어지는 – 그러나 트리거는 다른 – 구조에 대해 코멘터들과 나눈 깊이 있는 대화입니다.

이 드라마의 훌륭한 대칭구조는 시은이가 처음 폭발했을 때도 똑같은 이유였다는 점입니다. 초반에 시은이 인생에서 소중했던 건 오직 공부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진들이 그걸 망가뜨리기 시작하자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겁니다.

시은이의 첫 폭발과 마지막 폭발 사이의 대칭구조는 그냥 잘 쓴 대본이 아니라 – 자신의 모든 세상이 다시 만들어졌다가 금새 파괴된 한 소년의 감정적인 수학 등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화에서 그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고독에서 구해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 관계를 잃었다고 느끼고 동시에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그에게서 모든 이성과 논리를 빼앗아버렸습니다. 그가 모든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는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인데, 두 번째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그를 파괴시켰습니다.

시은의 부모는 본질적으로 그를 방치하고/또는 버렸습니다. 그들은 아들이 스스로를 양육하고 거의 완벽하기를 기대하죠. 하지만 유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의 아버지는 또한 분명히 자신의 아들이 허약하고 쉽게 다치는 아이로 자란 것에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시은은 그에 맞게 적응했습니다. 그는 고립되고, 금욕적이며, 학구적인 자동기계가 되었고, 극도로 경직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곳에서 그는 음식, 잠,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기본적인 욕구들을 거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시은이 유리창을 깨는 순간에 ‘아, 시은이 자신을 가장 해로운 방식으로 해칠 수도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가 수호를 코마 상태에 빠지게 한 아이들을 완전히 박살내는 장면이 전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약한영웅 시은이의 신경다양성 가능성

학업에 대한 집착적으로 강렬한 집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 그가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고립하거나 고립되는 방식, 특히 분노가 쌓일 때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이 방해받을 때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 – 이런 패턴들이 시은이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처리한다는 것을 시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시은과 같이 겉으로 보기엔 문제없어 보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같은 사람의 도움이나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한 현실의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 드라마를 몇 회차 정주행하게 되었을 땐 어느 정도 시은이의 신경다양성에 대해 연출적으로 암시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렌즈를 통해 바라보게 되었고, 어떤 면에서는 시은이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에 속할 가능성을 두고 극을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 해석은 보는 뷰어의 렌즈를 통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여러 코멘트에서 심심찮게 언급된 것처럼 이러한 렌즈를 통해 보자면 시은과 수호를 통해 자폐-ADHD 우정의 유대가 리마인드된다는 코멘터의 감상도 충분히 공감되며,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들끼리 서로를 매우 편안하게 여기며 빠르게 친구가 되는 게 매우 흔한 일이라는 점, 시은이 수호 주변에서 즉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수호에게 즉시 애착을 느꼈다는 점, 그리고 수호는 학급 아이들이 시은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과는 다르게 시은이의 괴짜스러운 면을 처음부터 흥미롭게 바라보고 좋아하는 연출 역시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두 캐릭터를 굳이 각각 자폐-ADHD라고 라벨링하는 것이 아닌, 이 두 캐릭터의 즉각적으로 형성된 우애와 깊은 애착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며, 굳이 언급하고 싶었던 부분이라면, 수호보다는 시은이가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이를 눈치챘을 때 과연 즉각적인 대응과 관심, 더 넓게는 적절한 케어가 이루어졌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극에서 이미 확인한 것처럼 대답은 ‘아니오’이며, 전교 1등인 모범생에게는 특별히 걱정거리란 없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하거나 혹여 어린 시절, 자식의 멘탈 이슈를 어느 순간 눈치챘었다고 하더라도 애써 부정하며 넘겼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특히 시은이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몇몇 기질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보인 뛰어난 학업 성적을 빌미로 ‘그럴 일은 없다…’라고 넘겼을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아들 걱정 안 해. 알아서 잘 하니까.

저 못하는 거 많아요.

응?

약한영웅 시은이의 또다른 생명줄 수호

그리고 수호가 마치 버터를 자르는 칼처럼 시은의 벽을 가르고 들어옵니다. 잘못 배달된 음식을 통해 갑자기 시은이 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수호가 실수로 배달을 잘못 오면서 시은의 꽁꽁 닫힌 현관문을 여는데, 이로 인해 시은은 그가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았어야 할 깊은 애착, 웃음, 안정감, 사랑 – 이 모든 감정을 쓰나미처럼 짧은 기간에 경험하게 됩니다. 수호가 실수로 시은의 문을 찾지 않았다면, 시은이는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제 친구의 코멘트를 조금 더 옮겨보면, 수호로 하여금 시은이 단단한 껍질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을 받은 것은 좋았으나, 시은이 수호에 대해 느낀 감정의 범위가 압도적으로 강렬하고 파도와 같아서, 만약 두 소년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시은이 수호에게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지점이 왔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출 행간의 암시를 전적으로 개인적인 렌즈를 통해 추측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범석은 수호를 크게 동경하고 이상화하여 수호의 존재를 상시 ‘의식’하지만, 시은은 수호의 뒷모습을 눈에 넣는 모습이 여러 컷에서 그려집니다. 그가 ‘공부’와 같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다룰 때 보이는 살짝 강박적이면서도 강렬한 집중이 수호를 바라볼 때 오버랩됩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간 지점은, 시은이 시험지 위의 완벽한 동그라미를 생명줄로 여겼던 것처럼, 그가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한 모든 것에 대해 발달시킨 똑같은 완벽주의적 성향과 강렬한 집중은 그의 다른 생명줄인 친구 수호에게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심지어 친구를 대신해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거나 대신 구타를 당하는 것은 거의 절망적인 행동에 가까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안정감과 애착을 거의 경험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만약 소중해져버린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때 자신에게 닥칠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붕괴가 자신이 택한 신체적 고통보다도 훨씬 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감지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말해, 시험지의 완벽한 동그라미나 친구를 위해 이 정도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시은의 대처 메커니즘은 시은 자신에게 가장 건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시은이 수호를 잃는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던 것이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은이 자신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자해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마도 고통스럽지만 또 다른 성장통은 필연적이었기에, 수호를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것은 – 고등학교 시절의 절반 이상을 병상에 보내게 된 수호에게는 미안하지만 – 극적으로 매우 훌륭한 연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까지 내려오니 여전히 남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시은이에겐 신이 친구라는 이름의 선물로 수호를 보내주었지만, 우리 사회, 현실의 진짜 시은이들에게 적절하게 개입해줄 신뢰할 만한 어른이나 수호천사가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우울증, 불안장애 그리고 자살 충동을 키워가며 소리 없이 내적으로 붕괴되어 갑니다. 혹은 시은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아이들은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폭발’하여 폭력적으로 행동하거나 감정적으로 완전히 붕괴되기도 합니다.

붕괴되어가는 아이들을 약한영웅 시즌2의 시은이에게서 보다

저는 이 소리 없이 내적으로 붕괴되어가는 현실의 아이들을 시즌 2의 시은이에게서 보았습니다. 시은이의 불면증은 이미 시즌 1 마지막 화에서 스포일러되었어요.

십대 청소년들의 잠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수호가 코마에 빠진 이후로 시은은 지옥 같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노랗게 밝혀져 있던 시은의 방은 테이블 위에 매달린 스탠드에서 나오는 힘없는 퍼런 불빛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으며, 수면제를 먹어도 새벽 3시까지 소년은 잠들지 못합니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는 장면이 연출적으로 매우 분명하게 그려진다면, 시은이의 어정쩡한 걸음걸이는 소년이 깊은 우울증에 잠식되어 있음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해석들이 많으며 저 역시 동의합니다. 시즌 2에서는 시은이의 뒷모습을 담는 컷이 유난히 많은데, 소년이 걸을 때 걸음걸이에 맞춰 손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 폼이 어정쩡하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울증과 불안의 징후라는 해석, 정신과 몸이 동기화되지 않은 것처럼 현실과 분리되어 있는 시그널임을 우회적으로 연출했다라는 지적입니다.

그 깊이나 폭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 시은이의 멘탈 이슈는 코멘터들과 심심찮게 논의되어져 온 주제이므로 일레인의 코멘트야말로 그동안의 토론들을 요약해준 감사한 의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 건강에 대한 메시지들에 집중하는 것이 완벽한 것 같습니다. 단서와 힌트들이 많아요. 시은이가 버스에 있을 때 라디오 해설자(?)가 백그라운드에서 말하는 순간이 있어요… 아이들이 스트레스받고 있고 압박을 풀거나 잠을 잘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보고한 연구에 대해… 그래서 그 목소리는 그들이 학교에서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가 차라리 목 졸리고 신고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걸 봐요, 성적표에 문제가 되는 기록을 남기는 대신에. 얼마나 아이러니한지요.

시즌 2에서는 그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도록 강요받고 있지만 너무 우울해서 그녀와 말하려고 하지도 않는 걸 봅니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치료를 원하지 않아요. 그는 다른 인생과 친구들이 돌아오는 걸 원하지만, 물론 그녀는 그에게 그것을 해줄 수 없어요… 그리고 그의 단조로운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 많은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 것. 에너지 부족. 잠들지 않는 것. 모든 사람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 그는 완전히 자기 고립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기 비난을 하고 있어요. 온갖 종류의 인지 왜곡들. 의사라도 시은이 같은 사람을 철저하고 정확한 병력 없이는 완전히 진단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지켜보면서 시은이가 우울증에 낯설지 않다고 결론내리지 않기는 정말 어려워요… 아마도 수년간 지속되어온 지속적인 임상 우울증… 그리고 나아지기 전에 더 악화되고 있어요.

약한영웅 상실 그리고 치유와 성장: 은장고등학교

시은이 클래스 1에서 완전히 무너진 후, 받아주는 학교는 없었고 간신히 소년원을 피하고 은장고등학교로 보내집니다. 그 덕분에, 감정적 좀비처럼 지내던 시은이 바쿠, 고탁, 준태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과의 우정, –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 그에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한 우정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지옥 같은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던 그 링 위에서 범석의 손을 놓기로 한 결정은, 시은이 스스로 붙잡고 있던 죄책감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겠다는 결심과 상실 속에서도 치유하고 성장하겠다는 선택을 상징했습니다.

드라마가 명시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을 정말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은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깊은 심리적인 투쟁의 그림자에서 천천히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시은의 우울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만약 소년이 이러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로 곁에 있어줄 사람들과… 그러면 아마도 시은은 그냥 평범한 내향적인 사람으로 가까워지게 될 것이며, 이렇게 점점 회복되어갈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수호를 잃는 대가로 시은이 겪은 거대한 심리적 붕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소년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인 성장이었습니다. 새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 껍질을 깨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시은은 자신의 대처 메커니즘들 – 시험지 위의 완벽한 동그라미와 수호라는 생명줄들 –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면서까지 그 생명줄들을 계속 보호하려고 했다면, 소년은 어른으로 성장해낼 수 없었을 것이고, 시은을 아끼는 사람들도 소년의 자해를 원하지 않았을 거고요.

그래서 수호가 긴 잠에서 깨어나 친구들과 함께 달려오는 시은을 보고 할 수 있는 모든 말 중, “보기 좋네”라고 말한 것이 큰 의미를 가집니다. 스스로 날 수 있는 새로 성장한 시은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축하하였고, 여기서 수호의 원래 대사는 “우리 시은이 다 컸네”였다고 합니다.

현실의 시은이들에게

음… 우리는 시은이 새로운 친구들과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스스로 확신할 만큼 충분히 성장한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현실의 시은이들에게는 ‘잘 살았냐?’ ‘보기 좋네’라며 개입해줄 수호 같은 존재들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여전히 가슴에 자리합니다.

적어도 많은 팬들에게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 작품은 학원 액션 장르물을 넘어서 의미 있는 사회적 함의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 창작자로 하여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겼을 것이 분명한 – 정제된 각본과 세심한 큐레이션에 해당하는 원작에 대한 각색 그리고 세련되고 정교한 연출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표정한 얼굴, 단조로운 말투, 불면에 시달리는 부은 얼굴, 어정쩡한 걸음걸이를 통해 내적 투쟁의 잔해를 외적으로 고스란히 연기해낸 박지훈 배우의 뛰어난 연기도 물론입니다.

(해고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약한 영웅으로 인해 거의 초여름 감기 같은 열병에 빠져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신드롬을 앓게 할 작품은 없을 것임을 알기에, 두 달간 쏟아부은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으며 여러 문화권에서 채널을 발견해준 팬들과 수준 높은 토론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성제 식대로, 밤을 꼴딱 새워 리뷰하고 토론할 만큼 바보스러울 정도로 로맨틱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이 포스트(영상)가 약한 영웅에 남기는 제 마지막 작은 헌사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 사이트 정책 및 법적 정보

✅ JennieKdrama.com 소개: 이 블로그는 ‘약한영웅’과 같은 학원 액션 시리즈를 중심으로 K-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팬 분석과 리뷰를 제공합니다. 모든 콘텐츠는 팬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의견과 해석을 나타내며, 공식 제작팀과는 무관합니다.

⛔️ 저작권 고지: 모든 드라마 영상, 이미지, 그리고 관련 자료들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원작자를 포함한 각각의 저작권 소유자에게 귀속됩니다. 자료들은 교육적 비평과 분석을 위해 최소한으로 사용되며, 저작권 침해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 개인정보처리방침: 이 사이트는 표준 웹 정책을 따르며 콘텐츠 개선을 위한 기본 분석 데이터 외에는 개인정보를 직접 수집하지 않습니다.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며 광고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 연락처: 문의사항이나 우려사항이 있으시면 제공된 댓글 섹션이나 연락처 양식을 이용해 주세요. 이는 모든 원작 저작권을 존중하는 팬 창작 콘텐츠입니다 – 저희 콘텐츠 해석으로 인한 어떠한 손실이나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Author: jenniele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